경쟁사가 우리 핵심 인력에게 연봉 500만 원을 더 부릅니다. 그래서 우리도 올립니다. 그렇게 인재를 지켰다고 생각한 순간, 그 500만 원은 되돌릴 수 없는 고정비가 되어 매년 최저임금 인상률만큼 다시 불어납니다. 연봉으로 벌이는 인재 경쟁은 확보에 성공해도 고정비가 남는 구조입니다.
그런데도 HR 예산 회의는 언제나 '연봉을 얼마나 올릴까'로 시작해 거기서 끝납니다. 이미 불리한 경쟁의 비용만 키우는 구조입니다. 인재가 회사를 고를 때 무엇을 보는지 데이터로 열어보면, 연봉은 기준의 하나일 뿐 1순위가 아닙니다.
인재는 연봉 숫자가 아니라 '받는 것 전체', 그것도 세후로 손에 남는 실질가치로 회사를 판단합니다. 그리고 이 총보상(Total Compensation) 경쟁에서는 중소·중견기업도 대기업을 이길 수 있습니다. 단, 비교하는 항목을 바꿔야 합니다. 연봉만 비교하지 말고, 세후 실수령·비과세 급여·복지·교육까지 포함한 총보상으로 비교하십시오.
1. 연봉은 올리기만 하고, 못 내린다
기본급 경쟁이 위험한 이유는 경쟁에서 져서가 아니라 이겨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20년, 최저임금은 단 한 해도 내린 적이 없습니다. 2007년 3,480원에서 2026년 10,320원으로 세 배가 됐습니다. 인상 폭은 해마다 달라도 방향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 오릅니다. 그리고 한 번 올라간 임금 위에 다음 해 인상률이 다시 얹힙니다.
여기에 법이 하나 더 얹힙니다. 취업규칙에 정한 임금을 낮추는 것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이어서,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으면 그 노동조합의 동의, 없으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 개별 근로계약으로 정한 연봉이라면 취업규칙이 아니라 그 근로자 본인의 동의로 바꿉니다. 어느 경로든 현실에서 이 동의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이것이 임금의 하방경직성입니다 — 한 번 오른 임금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습니다.
경쟁사를 따라 올린 임금은 경기가 꺾여도, 그 사람이 떠나도 하향 조정이 어렵습니다. 오른 연봉은 후임을 뽑을 때의 바닥이 되어 다음 사람에게로 이어집니다. 연봉 인상은 한 사람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그 자리에 고정비로 박히는 하방경직 비용입니다.
2. 같은 20만 원이라도, 비과세면 실수령액이 달라진다
인재는 연봉 계약서의 숫자가 아니라 통장에 찍히는 실수령액으로 회사를 비교합니다. 그리고 실수령액을 가장 효율적으로 올리는 방법은 연봉 인상이 아니라 비과세 항목입니다.
현행 소득세법상 대표적인 비과세 항목은 세 가지가 각각 월 20만 원 한도입니다.
비과세의 근거는 소득세법 제12조 제3호입니다 — 식대는 러목, 보육수당은 머목, 자가운전보조금은 자목(실비변상적 급여)을 받아 시행령 제12조 제3호에 있습니다. 머목에는 한도가 없는 항목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 자녀 출생일 이후 2년 이내에 최대 두 차례 지급하는 출산 관련 급여는 전액 비과세입니다. 특히 자가운전보조금은 본인 명의뿐 아니라 배우자와 공동명의인 차량까지 비과세로 인정됩니다(재정경제부 소득세제과-591). 여기서 경계가 갈립니다 — 부모·자녀 등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의 공동명의는 비과세가 적용되지 않습니다(소득세법 시행령 제12조제3호 및 소득세법 집행기준 12-12-6 · 2026년 10월 13일 확인). 조건이 하나 더 붙습니다 — 시내출장비 등을 실비로 별도 지급받으면 비과세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같은 호가 「실제여비를 받는 대신에」로 적고 있어, 보조금과 출장비를 함께 주면 그 자체로 요건이 깨집니다. 이런 경계를 아는 것만으로 같은 예산에서 세후 체감이 커집니다.
이 비과세 20만 원은 소득세도, 4대보험료도 떼지 않습니다. 보험료를 매기는 '보수'를 계산할 때 소득세법 제12조 제3호의 비과세 근로소득을 빼기 때문입니다(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2조 제3호와 같은 법 시행령, 국민건강보험법 제70조 제3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33조). 다만 같은 제3호 안에서도 차목·파목·거목처럼 보수에 다시 포함되는 항목이 있어, 비과세라고 모두 보험료가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 항목별로 확인해야 합니다. 반면 같은 20만 원을 과세 급여로 올려 주면, 직원은 세금과 보험료를 뗀 나머지만 손에 쥡니다.
바꿔 말하면 이렇습니다. 근로소득세율과 4대보험 실효부담을 20~30%로 가정하면(추정), 연봉을 100 올릴 때 직원 손에 남는 것은 70~80입니다. 나머지는 세금과 보험료로 빠집니다. 비과세 설계는 그 몫을 직원 통장에 남기는 일입니다. 실제 금액은 급여 구간·가족 구성·보험 적용에 따라 달라지며, 중간 이상 급여 구간일수록 격차가 커집니다. 게다가 회사도 4대보험 사용자 부담분이 줄어, 양쪽의 낭비가 함께 사라집니다.
3. 격차는 임금이 아니라, 복지에 있다
"어차피 대기업 복지를 못 따라가지 않느냐"는 반론이 나옵니다. 데이터는 그 반론의 방향을 뒤집습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뒤지는 정도는 임금보다 복지, 복지보다 교육으로 갈수록 커집니다.
300인 미만 기업의 대졸 초임은 300인 이상의 64.7% 수준입니다(경총, 2023년·초과급여 제외). 격차가 있지만, 여기에 연봉 500만 원을 더 얹어도 300인 이상 기업의 초임에는 닿지 않습니다. 그런데 법정외 복지비용은 32.7%, 교육훈련비는 17.9%입니다(기업체노동비용조사 2025 회계연도). 임금보다 복지에서, 복지보다 교육에서 격차가 더 큽니다. 다만 대졸 초임은 경총 조사, 복지·교육은 고용노동부 조사여서 세 수치의 분모는 서로 다릅니다.
역설은 이 지점에 있습니다. 인재가 실제로 저울에 올리는 경쟁자는 대기업이 아니라, 옆의 비슷한 회사들입니다. 그리고 그 회사들 대부분이 복지·교육에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대기업을 이기려 하지 말고, 같은 리그에서 압도하면 됩니다. 가장 큰 격차가, 가장 저평가된 수단입니다.
그런데 왜 복지와 교육으로 갈수록 격차가 더 벌어질까. 복지가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큰 회사일수록 단가가 싸지고, 관리가 되고, 협상력이 생깁니다. 반면 중소기업은 복지를 '개별 구매'로 접근합니다. 식대는 식대대로, 건강검진은 검진대로 각자 알아보고 각자 계약합니다. 규모가 없으니 단가도 불리하고, 관리도 안 되고, 직원은 자기가 무엇을 받는지도 모릅니다. 받는 줄 모르는 혜택은 보상이 아닙니다.
연봉테이블 대신 총보상테이블을 쓴다
총보상은 거창한 제도가 아닙니다. 관점을 바꾸고 순서를 지키면 됩니다.
- 1연봉테이블 옆에 '총보상테이블'을 만든다기본급만 적힌 제안서 대신, 세후 실수령·비과세 복지·교육·유연근무까지 한 장으로 보여줍니다. 직원이 '받는 것 전체'를 알아야 보상이 됩니다.
- 2비과세 항목부터 채운다연봉을 올리기 전에 식대·보육·자가운전 등 열거된 비과세 한도부터 채웁니다. 같은 예산에서 세후 체감가치가 가장 크게 늘어나는 첫 수순입니다.
- 3복지를 개별 구매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산다흩어진 복지를 하나의 구조로 묶으면 단가·관리·체감이 함께 개선됩니다. 규모의 경제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빌려 쓰는 것입니다.
여기서 현실적인 벽이 하나 있습니다. 비과세 경계(복지포인트 같은)를 정확히 지키고, 흩어진 복지를 규모 있는 단가로 묶고, 그것을 직원이 체감하도록 설계하는 일 — 이걸 인사담당자 혼자 엑셀 한 장으로 해내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시작은 '우리 회사 총보상이 대기업과 어느 항목에서 얼마나 벌어지는가'를 재는 일입니다. 벌어진 항목을 알아야 어디부터 메울지 정할 수 있습니다. Linkple은 총보상 진단·설계와 임직원 복지몰을 제공하는 사업자입니다. 이 글의 제안은 Linkple의 사업과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그 전제를 밝히고, 중소·중견의 보상 구조를 함께 짜는 HR 파트너로서 제안합니다.
“연봉 경쟁에 한 표를 더 얹지 마라. 그 예산을 세후 실질가치로 옮겨라. 인재는 계약서의 숫자가 아니라, 손에 남는 것으로 회사를 기억한다.
”
함께 읽기 — 개념과 실무 설계는 연봉 말고 '총보상'으로 — 토탈 컴펜세이션 설계, 사람이 떠나는 진짜 이유는 사람은 사람 때문에 떠난다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