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이트 목록
구인기업 HR

연봉 경쟁의 함정 — 이기는 순간 고정비가 되는 게임

2026-07-09 · 약 8

경쟁사가 우리 핵심 인력에게 연봉 500만 원을 더 부른다. 그래서 우리도 올린다. 그렇게 인재를 지켰다고 생각한 순간, 그 500만 원은 되돌릴 수 없는 고정비가 되어 매년 최저임금 인상률만큼 다시 불어난다. 연봉으로 붙는 인재 경쟁은, 이기는 순간부터 지기 시작하는 게임이다.

그런데도 HR 예산 회의는 언제나 '연봉을 얼마나 올릴까'로 시작해 거기서 끝난다. 진 게임의 판돈만 키우는 자리다. 인재가 실제로 떠나는 이유를 데이터로 열어보면, 연봉은 사람을 오게 할 뿐, 머물게 하지 못한다.

인재는 연봉 숫자가 아니라 '받는 것 전체', 그것도 세후로 손에 남는 실질가치로 회사를 판단한다. 그리고 이 총보상(Total Compensation) 경쟁에서는 중소·중견기업도 대기업을 이길 수 있다. 단, 싸움의 판을 바꿔야 한다. 연봉이라는 좁은 판에서 이기려 하지 말고, 총보상이라는 넓은 판으로 옮겨라.

1. 연봉은 올리기만 하고, 못 내린다

기본급 경쟁이 위험한 건 경쟁에서 져서가 아니라, 이겨도 되돌릴 수 없어서다.

지난 20년, 최저임금은 단 한 해도 내린 적이 없다. 2007년 3,480원에서 2026년 10,320원으로 세 배가 됐다. 인상 폭은 해마다 달라도 방향은 언제나 하나다 — 오른다. 그리고 한 번 올라간 임금 위에 다음 해 인상률이 다시 얹힌다.

최저임금 시급 20년 추이 (원)
20073,48020114,32020155,58020198,35020239,620202610,320
출처: 최저임금위원회 (2007~2026 적용 시급)

여기에 법이 하나 더 얹힌다. 이미 지급하던 임금을 깎으려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근로기준법 제94조). 현실에서 이 동의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임금의 하방경직성이다 — 한 번 오른 임금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경쟁사를 따라 올린 임금은 경기가 꺾여도, 그 사람이 떠나도 하향 조정이 어렵다. 오른 연봉은 후임을 뽑을 때의 바닥이 되어 다음 사람에게로 이어진다. 연봉 인상은 한 사람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그 자리에 고정비로 박히는 하방경직 비용이다.

⚠️
연봉 인상의 진짜 원가

겉으로는 '월 40만 원 인상'이지만, 회사가 실제로 지는 부담은 그 위에 붙는 4대보험 사용자 부담분과 퇴직급여 충당까지다. 그리고 이 원가는 한 번 정하면 되돌릴 수 없는 종류의 비용이다.

2. 세후로 계산하면, 20만 원이 30만 원이다

인재는 연봉 계약서의 숫자가 아니라 통장에 찍히는 실수령액으로 회사를 비교한다. 그리고 실수령액을 가장 효율적으로 올리는 방법은 연봉 인상이 아니라 비과세 항목이다.

현행 소득세법상 대표적인 비과세 항목은 세 가지가 각각 월 20만 원 한도다.

월 20만원
식대
사내급식 미제공 시 (2023.1~)
월 20만원
출산·보육수당
6세 이하 자녀 (2024.1~)
월 20만원
자가운전보조금
본인·배우자 공동명의 차량

비과세의 근거는 소득세법 제12조와 시행령 제12조다. 특히 자가운전보조금은 본인 명의뿐 아니라 배우자와 공동명의인 차량까지 비과세로 인정된다(재정경제부 소득세제과-591). 이런 경계를 아는 것만으로 같은 예산이 더 멀리 간다.

비과세 20만 원은 소득세도, 4대보험료도 떼지 않는다. 반면 같은 20만 원을 과세 급여로 올려 주면, 직원은 세금과 보험료를 뗀 나머지만 손에 쥔다.

바꿔 말하면 이렇다. 연봉 인상은 회사가 100을 써서 직원에게 70을 전달하는 일이다. 나머지 30은 세금과 보험료로 증발한다. 비과세 설계는 그 30을 직원 통장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같은 예산으로 연봉을 올리는 건, 직원 몫의 30%를 국가에 대신 기부하는 셈이다. (근로소득세율·4대보험 실효부담을 20~30%로 가정한 추정치이며, 중간 이상 급여 구간일수록 격차가 커진다.) 게다가 회사도 4대보험 사용자 부담분이 줄어, 양쪽의 낭비가 함께 사라진다.

📌
주의 — 모든 복지가 비과세는 아니다

'복지포인트'는 다르다. 2024년 12월 대법원은 민간기업의 복지포인트를 과세 대상 근로소득으로 판단했다. "복지=비과세"라고 뭉뚱그리면 팩트 오류다. 비과세 혜택은 식대·보육·자가운전처럼 세법에 열거된 항목에 한정된다. 총보상 설계의 핵심은 바로 이 경계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3. 격차는 임금이 아니라, 복지에 있다

"어차피 대기업 복지를 못 따라가지 않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데이터는 그 반론의 방향을 뒤집는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뒤지는 정도는 임금보다 복지, 복지보다 교육으로 갈수록 커진다.

중소기업의 대기업 대비 수준 (300인 미만 ÷ 300인 이상, %)
대졸 초임
63%
복지(법정외복리후생)
34%
교육훈련비
15%
출처: 대졸초임=경총 분석(2023) · 복지·교육=고용노동부 기업체노동비용조사(복지 2022·교육 2024 회계연도)

대졸 초임은 대기업의 약 63% 수준이다(초과급여 포함, 2023). 격차가 있지만, 여기에 연봉 500만 원을 더 얹어도 인재의 눈엔 대기업을 넘지 못하는 반올림 오차로 보인다. 그런데 임금에서 복지(약 34%)로, 다시 교육훈련(15%)으로 항목을 옮길수록 골은 더 깊어진다. 대기업이 가장 크게 앞서는 전선이 바로 여기다.

역설은 이 지점에 있다. 인재가 실제로 저울에 올리는 경쟁자는 대기업이 아니라, 옆의 비슷한 회사들이다. 그리고 그 회사들 대부분이 복지·교육에 손도 대지 않았다. 대기업을 이기려 하지 말고, 같은 리그에서 압도하면 된다. 가장 큰 격차가, 가장 저평가된 무기다.

그런데 왜 복지와 교육으로 갈수록 격차가 더 벌어질까. 복지가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큰 회사일수록 단가가 싸지고, 관리가 되고, 협상력이 생긴다. 반면 중소기업은 복지를 '개별 구매'로 접근한다. 식대는 식대대로, 건강검진은 검진대로 각자 알아보고 각자 계약한다. 규모가 없으니 단가도 불리하고, 관리도 안 되고, 직원은 자기가 무엇을 받는지도 모른다. 받는 줄 모르는 혜택은 보상이 아니다.

연봉테이블을 찢고, 총보상테이블을 써라

총보상은 거창한 제도가 아니다. 관점을 바꾸고 순서를 지키면 된다.

  1. 1
    연봉테이블 옆에 '총보상테이블'을 만든다
    기본급만 적힌 제안서 대신, 세후 실수령·비과세 복지·교육·유연근무까지 한 장으로 보여준다. 직원이 '받는 것 전체'를 알아야 보상이 된다.
  2. 2
    비과세 항목부터 채운다
    연봉을 올리기 전에 식대·보육·자가운전 등 열거된 비과세 한도부터 채운다. 같은 예산에서 세후 체감가치가 가장 크게 늘어나는 첫 수순이다.
  3. 3
    복지를 개별 구매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산다
    흩어진 복지를 하나의 구조로 묶으면 단가·관리·체감이 함께 개선된다. 규모의 경제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빌려 쓰는 것이다.

여기서 현실적인 벽이 하나 있다. 비과세 경계(복지포인트 같은)를 정확히 지키고, 흩어진 복지를 규모 있는 단가로 묶고, 그것을 직원이 체감하도록 설계하는 일 — 이걸 인사담당자 혼자 엑셀 한 장으로 해내긴 어렵다. 그래서 시작은 '지금 우리 회사의 총보상이 대기업 대비 어디에 서 있는가'를 진단하는 일이다. 진단이 있어야 설계가 있고, 설계가 있어야 인재가 남는다. Linkple은 총보상 진단과 설계, 임직원 복지몰까지 — 중소·중견의 보상 구조를 함께 짜는 HR 파트너다.

연봉 경쟁에 한 표를 더 얹지 마라. 그 예산을 세후 실질가치로 옮겨라. 인재는 계약서의 숫자가 아니라, 손에 남는 것으로 회사를 기억한다.


함께 읽기 — 개념과 실무 설계는 연봉 말고 '총보상'으로 — 토탈 컴펜세이션 설계, 사람이 떠나는 진짜 이유는 사람은 사람 때문에 떠난다에서 이어집니다.

총보상, 진단부터 시작하세요

우리 회사 총보상이 대기업 대비 어디에 서 있는지 — HR 컨설팅으로 진단하고 함께 설계합니다.

총보상 진단 문의 →HR 컨설팅 살펴보기

다른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