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이트 목록
노동시장 읽기

법은 있었고, 매뉴얼은 없었다 — 보호 제도가 멈추는 자리

2026-08-24 · 약 10

효나 프로필
효나 · 링크플 콘텐츠 리드
공공·자체 데이터를 참고해 작성합니다 · hyona@peoplesoftkorea.com

일본이 2026년 10월 1일부터 고객 갑질 대책을 사업주 의무로 정합니다. 근로자를 한 명이라도 고용한 모든 사업주가 대상이고, 중소기업 유예는 없습니다.

한국은 그 법을 2018년에 만들었습니다. 그해 10월 18일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의2, 2019년 전부개정으로 조문 번호가 바뀐 지금의 제41조입니다. 8년이 앞섭니다.

그러니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언제 만드나"가 아닙니다. 먼저 만든 법은 지금 어디까지 도착했는가입니다.

1. 만드는 나라와, 먼저 만든 나라

일본의 새 의무는 이렇게 정의됩니다. 직장에서 고객·거래상대방·시설 이용자 등이 하는 언동으로서,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허용 범위를 넘어 근로자의 취업환경을 해치는 것. 사업주는 그런 일이 직장에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방침을 명확히 하고, 직원과 고객 양쪽에 알려야 합니다.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는 세 개 항으로 되어 있습니다. 조문을 간추리면 이렇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등)

① 사업주는 주로 고객을 직접 대면하거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상대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고객응대근로자에 대하여, 고객의 폭언·폭행, 그 밖에 적정 범위를 벗어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② 사업주는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 제3자의 폭언등으로 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③ 근로자는 사업주에게 제2항에 따른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사업주는 근로자의 요구를 이유로 해고 또는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

읽어보면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특히 제2항의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과 제3항의 '요구를 이유로 한 불이익 금지'는, 종이 위에서는 꽤 단단한 방패입니다.

2. 그런데 사람들은 말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나온 조사 하나가 이 방패의 약한 지점을 보여줍니다. 근린 분쟁 해결을 다루는 회사 뱅가드스미스가 2026년 6월 24일 전국의 18~59세 직장인 500명에게 물어, 7월 24일 결과를 냈습니다. 고객 갑질을 겪거나 목격한 사람 가운데 42.2%가 회사에도 주변에도 상담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1위가 이것이었습니다.

상담해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 55.2%

무섭게 담백한 문장입니다.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있어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이미 판단해버린 상태. 같은 조사에서 "나는 일반 사원·현장직이라 회사가 준비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한 사람이 57.8%였습니다. 겪은 일이 처리됐는지를 물었을 때도 "해결되지 않았다" 29.0%, "해결됐는지 모르겠다" 45.0% — 합쳐서 74.0%였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보호 제도의 성패는 신고 건수가 아니라 신고되지 않은 사건의 크기로 판가름 난다는 것. 신고가 적은 직장은 안전한 직장일 수도 있고, 말해봐야 소용없다고 배운 직장일 수도 있습니다. 두 경우의 통계는 똑같이 조용합니다.

3. 한국의 8년 — 방문해서 세어본 기록

그럼 8년 앞선 한국의 법은 어디까지 갔을까요.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가 50인 미만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체크리스트로 이행 여부를 확인한 사업보고가 있습니다. 음식업 812곳, 운전원 808곳, 공동주택 경비원 406곳 — 모두 2,026곳입니다.

94.5%
'미흡' 판정 사업장
2,026곳 중 1,914곳
1.2%
'우수' 판정
25곳
6.8%
고객응대 매뉴얼 작성·비치
가장 안 지켜진 항목
3.6%
치료·상담 지원
사후조치 중 최저

항목별로 보면 어느 대목에서 멈추는지가 더 선명합니다.

고객응대근로자 보호조치 항목별 '양호' 비율 (%)
폭언 자제 문구 게시·안내
13.2%
불이익 처우 금지 준수
13.7%
업무 전환 실시
8.8%
매뉴얼 작성·비치
6.8%
고소·손해배상 시 사업주 지원
5.3%
치료·상담 지원
3.6%
출처: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고객응대근로자 보호조치 실태조사 및 개선지도」 사업보고(협회 웹진 2022년 3월호 게재). 50인 미만 음식업·운전원·공동주택 경비원 2,026개 사업장 방문 조사. 공동주택 경비원은 예방조치 항목 의무적용 예외.

붙이기 쉬운 것부터 지켜집니다. 벽에 문구를 붙이는 일이 13.2%로 가장 높고, 사람이 실제로 개입해야 하는 일 — 매뉴얼을 만들고, 상담을 연결하고, 소송 비용을 대는 일 — 로 갈수록 한 자릿수로 떨어집니다.

이 숫자를 읽는 방법

이 조사는 2022년 3월에 보고된 자료이고, 대상도 50인 미만 세 개 업종입니다. 지금 한국 전체 사업장의 이행률이라고 읽으면 안 됩니다. 다만 이 조사에는 다른 통계가 갖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 사람이 직접 방문해서 눈으로 확인한 기록이라는 점입니다. 서면 조사에서는 '실시했다'고 답한 항목이, 방문 조사에서는 자주 비어 있습니다.

4. 다만, 개입하면 바뀐다

같은 사업의 뒷부분에 답이 있습니다. 협회는 1차 방문에서 미흡했던 사업장 305곳을 다시 찾아가 개선을 지도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점검 항목의 양호 비율이 7.3%에서 38.9%로 올랐습니다. 예방조치 항목만 보면 8.0%에서 49.5%였습니다.

7.3% → 38.9%
전체 항목 양호 비율
1차 → 2차 방문
8.0% → 49.5%
예방조치 항목
여섯 배
5.2% → 31.4%
사후조치 항목
여섯 배
305곳
2차 개선지도 사업장
1차 대상의 15% 내외

법을 바꾼 것이 아닙니다. 새 예산을 넣은 것도 아닙니다. 한 번 더 찾아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양식을 손에 쥐여준 것이 전부입니다. 사업장들이 가장 어려워한 것도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매뉴얼을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문제는 의지의 문제이기 이전에 도구의 문제였습니다.

5. 사업장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

여기서 가장 어려운 자리가 남습니다. 일터가 회사 안이 아닌 사람들입니다.

저희가 고용노동부 유료직업소개사업소 명부(2025-10-31 기준, 영업 중 16,288곳)를 한 줄씩 세어보니, 돌봄 관련 낱말을 상호에 내건 곳이 1,730곳이었습니다. 파출을 내건 상호가 615곳, 간병이 598곳입니다. 상호를 센 것이므로 실제 업태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시장의 무게가 어디에 실려 있는지는 보여줍니다.

이 일들의 근무지는 가정집이고 병실입니다. 폭언이 있어도 곁에 관리자가 없습니다. 제41조 제2항이 말하는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을 누가 결정하고 누가 실행할지가, 사무실 안의 일과 전혀 다릅니다. 전화를 걸 곳이 소개소 한 곳뿐일 때, 그 소개소가 다음 일자리도 쥐고 있다면 — 상담은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 됩니다.

앞에서 본 55.2%의 대답이 다시 떠오릅니다. 말해도 무의미하다는 판단은, 종종 정확한 현실 인식이었습니다.

6. 그래서 무엇을 하는가

  1. 1
    받는 창구를 사람 이름으로 정한다
    '인사팀으로 연락'이 아니라 담당자 한 명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습니다. 익명 창구도 함께 두되, 누가 읽는지는 밝힙니다. 받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창구에는 아무도 쓰지 않습니다.
  2. 2
    매뉴얼은 A4 한 장으로 시작한다
    가장 안 지켜지는 항목이 매뉴얼(6.8%)인 이유는 완벽하게 쓰려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말이 나오면 통화를 끊어도 되는지, 끊은 뒤 누구에게 알리는지, 그날 남은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 세 줄이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3. 3
    '중단할 권한'을 미리 준다
    제41조 제2항의 핵심은 사후 위로가 아니라 즉시 중단입니다. 현장에서 스스로 멈출 수 있는 기준선을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판단은 매번 가장 약한 위치의 사람에게 떠넘겨집니다.
  4. 4
    일어난 일을 기록으로 남긴다
    건수를 세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어느 고객, 어느 현장, 어느 시간대에 반복되는지가 보여야 배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자리를 그대로 두는 것은, 다음 사람에게 같은 일을 준비해두는 것입니다.

일본은 이제 시작합니다. 한국은 8년째입니다. 그런데 방문해서 세어보면 매뉴얼을 가진 곳이 열에 하나가 되지 않습니다. 법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조문과 현장 사이를 걸어서 이어준 사람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제도는 만들어지는 순간이 아니라, 한 사람이 그것을 실제로 쓸 수 있게 된 순간에 시작됩니다.

한 번 더 찾아갔더니 7.3%가 38.9%가 되었습니다. 그 격차가 이 글의 결론입니다. Linkple이 돌봄과 현장 인력의 배치·근태·이력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이유도 같습니다. 기록이 있어야 반복되는 자리가 보이고, 보여야 바꿀 수 있습니다.


출처: 일본 의무화=개정 노동시책종합추진법 및 후생노동성 지침(2026-02-26 고시, 2026-10-01 시행) — 근로자를 한 명이라도 고용한 모든 사업주가 대상이며 기업 규모에 따른 유예가 없습니다. 일본 조사=주식회사 뱅가드스미스 고객 갑질 실태조사(2026-06-24 인터넷 조사, 전국 18~59세 취업자 500명, 2026-07-24 발표) — 카스하라 대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의 자체 조사입니다. 법령=국가법령정보센터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시행 2026-06-01] [법률 제21374호, 2026-02-19, 일부개정], 조문 자체는 2021-04-13 개정이 마지막이며 최초 시행은 2018-10-18(당시 제26조의2). 국내 이행 실태=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고객응대근로자 보호조치 실태조사 및 개선지도」 사업보고(협회 웹진 2022년 3월호), 50인 미만 음식업·운전원·공동주택 경비원 2,026개 사업장 방문 조사 — 조사 시점과 대상 업종이 한정되어 전체 사업장으로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돌봄 소개소 수=고용노동부 「국내 유료직업소개사업소 현황」(공공데이터포털, 2025-10-31 기준) 사업장명 문자열 기준 자체 집계이며, 상호와 실제 업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사람 문제, Linkple과 함께 풀어요

채용·복지·HR 어디든, 검증된 네트워크로 성과로 이어지는 해법을 제안드립니다.

채용 의뢰 등록 →사업 문의하기

다른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