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자리가 비었는데 손을 드는 사람이 없습니다. 인사팀은 이것을 요즘 사람들의 책임 회피로 읽고, 후보자는 조용히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데이터를 펴 보면 후자의 손에 계산할 거리가 실제로 있습니다. 책임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 늘어난 책임에 회사가 값을 매기지 않았을 뿐이다.
그 계산서에는 우리가 잘 보지 않는 항목이 하나 있습니다. 직책이 올라가는 순간 사라지는 돈입니다. 연장·휴일근로 가산수당이죠. 법이 만들어 둔 구간이고, 회사가 설계로 메우지 않으면 그대로 실수령 감소로 남습니다.
1. 76.7% — 관리직을 원하지 않는다는 대답
일본 아데코가 2026년 3월 일반사원 800명과 관리직 600명, 모두 1,400명에게 물었습니다. 결과는 한 방향으로 모였는데요.
'어느 쪽인가 하면'을 뺀 강한 거부만 세어도 41.8%입니다. 열 명 중 넷은 유보 없이 싫다고 답한 것이죠. 그 뒤에는 팀장 발령 통보를 받아 들고 주말을 보낸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유를 보면 그 계산의 내용이 드러납니다.
상위 세 항목이 모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나가는 것'입니다. 스트레스·책임·시간 — 전부 후보자가 내놓아야 하는 몫이죠. 무엇을 받게 되는지는 상위권에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2. 당사자도 같은 답을 합니다
회사가 기대고 싶은 반론은 이겁니다. "막상 해보면 다르다." 그런데 이미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은 답이 그 반론을 지웁니다.
바깥에서 본 인상과 안에서 겪은 경험이 11.8%포인트밖에 벌어지지 않습니다. 겪어 본 쪽이 12%포인트만큼만 덜 부정적이었다는 뜻이죠. 관리직 기피는 적어도 오해만은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어떤 조건이면 관리직을 맡겠는가'를 물었더니 급여·상여의 대폭 인상이 69.7%로 1위, 근로시간의 적절한 관리와 감축이 42.1%로 2위였습니다. 3위는 직책에 따른 인센티브 부여(35.2%)였습니다. 상위 세 자리가 전부 돈 아니면 시간입니다.
3. 한국에서는 임금역전이 실측됐습니다
한국의 2030 직장인 850명에게 물은 대학내일20대연구소 조사(2025년 5월)에서는 47.3%가 "리더 역할을 맡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불안하다는 응답은 22.1%였죠. 중간관리직을 맡을 의향은 있다 36.7%, 없다 32.5%로 팽팽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인식 조사입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인식이 아니라 금액으로 확인된 자료가 하나 더 있습니다.
감사원의 「공공기관 인력 운용 관리체계 심층 분석」(2026년 1월 공개)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조사 대상 35개 기관 중 31곳에서 임원 승진 기피 현상이 확인됐고 응답자의 44.1%가 기관 내 승진 기피를 체감한다고 답했습니다. 2015~2022년 재직한 상임이사 가운데 28.9%는 승진 이후 연봉이 오히려 줄었고, 최대 5,700만 원이 깎인 사례가 있었습니다. (감사원 2026.1 — 보고서 원문을 확보하지 못해 복수 매체 교차 확인 기준으로 적습니다. 조사 대상 기관 수는 35곳과 37곳으로 보도가 갈립니다. 또한 이 수치의 대상은 상임이사, 곧 임원이며 이 글이 다루는 팀장·중간관리자와는 고용상 지위와 보수 구조가 다릅니다.)
공공기관 임원의 보수 구조가 민간 팀장과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이 숫자를 민간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다만 확인해 볼 가설 하나는 남습니다. 승진은 책임을 확정적으로 늘리는데, 보상은 그만큼 확정적으로 따라오지 않는다.
4. 법이 만들어 둔 구간 — 올라가면 사라지는 돈
민간에서 그 가설을 가장 먼저 대 볼 자리가 있습니다. 연장·휴일근로 가산수당이 끊기는 지점이죠.
근로기준법 제56조 제1항은 연장근로에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라고 정합니다. 그런데 같은 법 제63조는 이렇게 시작하는데요.
“이 장과 제5장에서 정한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그 각 호의 제4호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이고, 시행령 제34조는 그 업무를 "사업의 종류에 관계없이 관리·감독 업무 또는 기밀을 취급하는 업무"라고 못 박습니다. 관리·감독 업무를 맡으면 근로시간·휴게·휴일 규정이 통째로 비켜간다는 뜻입니다. 연장수당도, 휴일수당도 함께 비켜갑니다.
숫자로 옮기면 이렇게 됩니다.
월 통상임금 350만 원, 월 소정근로 209시간(주 40시간 + 주휴 기준)인 팀원이 월 20시간 연장근로를 한다고 가정합니다. 시간당 통상임금은 16,746원, 50% 가산을 얹은 연장 시급은 25,119원 — 월 약 50만 원이 연장수당으로 지급됩니다. 이 사람이 팀장이 된 뒤에도 같은 시간을 일하는데 실제 업무와 권한을 따져 제63조의 관리·감독 업무 종사자에 해당한다면, 이 50만 원이 사라집니다. 회사가 직책표에 그렇게 적어 두었기 때문이 아니라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 이 차이가 다음 절의 전부입니다. 직책수당이 월 30만 원이라면 매달 약 20만 원, 1년에 약 240만 원이 줄어든 채로 책임만 늘어납니다. (통상임금·연장시간·직책수당은 설명을 위한 가정값이며, 가산율 50%와 산정 구조는 근로기준법 제56조·제63조에 따른 것입니다.)
조문을 한 번 더 읽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제63조가 적용을 제외하는 대상은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야간근로 가산을 정한 제56조 제3항은 그 문언에 들어 있지 않죠. 법제처도 같은 독법을 취했습니다 — 감시·단속적 근로자(제63조 제3호) 사안에서 **"야간근로수당은 지급해야 한다"**고 회신했습니다(법령해석 15-0344, 2015.7.9). 이 회신의 대상은 제3호이지 관리·감독 업무를 정한 제4호가 아닙니다. 다만 근거로 든 이유는 조문의 구조 그 자체였습니다.
5. 직책명으로 끄면, 그건 미지급이 됩니다
여기서 회사가 가장 자주 밟는 지점이 나옵니다. 보수규정에 "직책수당을 받는 자에게는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한 줄 적어 두고, 팀장 발령과 동시에 스위치를 끄는 방식이죠. 대법원은 2024년 4월 12일 선고 2019다223389 판결에서 그 방식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판시사항은 이렇게 정리돼 있습니다. 보수규정이 책임자수당 수령자에게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더라도, 그중에 법령이 말하는 '관리·감독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포함돼 있다면 사용자는 그 근로자에게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누가 관리·감독 업무 종사자인가.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이렇게 정의합니다.
“회사를 감독 또는 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서 기업경영자와 일체를 이루는 입장에 있고 자기의 근무시간에 대한 자유재량권을 가지고 있는 자”
두 가지입니다. 경영자와 일체를 이루는가, 자기 근무시간을 자기가 정하는가. 이 사건에서 회사는 직제규정에 따라 직원을 '책임자'와 '팀원'으로 나눠 두었고, 상무·부장·과장은 책임자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그것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들이 여신·출납 같은 실무를 함께 맡고 있었고, 본점과 분점을 합쳐 직원이 12명인데 그중 8명이 관리·감독 업무에 종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외 근무를 하려면 명령부를 작성해 전결권자의 결재를 받아야 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습니다. 자기 근무시간을 자기가 정하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니까요.
제63조 해당 여부만 놓고 보면 갈래는 둘입니다. 해당한다면 — 연장수당이 빠지는 것 자체는 다툴 일이 아니고, 그 감소분을 보상 설계로 메우지 않는 한 승진 기피는 계속됩니다. 해당하지 않는다면 — 지급하지 않은 시간외수당은 지급해야 할 임금입니다. 다만 어느 쪽인지는 직책표로도, 이 글의 두 문장으로도 가려지지 않습니다.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이유가 바로 개별로 심리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지급을 멈추거나 되돌리는 결정은 직책자 각각의 업무·권한·근무 형태를 확인하고 노무 검토를 거친 뒤에 하십시오.
6. 승진의 손익계산서를 회사가 먼저 쓰십시오
후보자가 무엇을 재는지는 조사가 알려 줬습니다. 돈과 시간이었죠. 정작 그 둘이 승진 전후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회사가 계산해 본 적이 없습니다. 순서를 바꾸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 1승진 전후 실수령을 한 장에 나란히 놓는다기본급·직책수당·성과급만이 아니라 사라지는 연장·휴일수당까지 넣어 세후 금액으로 비교한다. 이 표를 못 만드는 회사는 후보자가 무엇을 보고 거절했는지 끝내 알지 못한다.
- 2직책자의 관리감독자 해당 여부를 개별로 판정한다직급표가 아니라 담당 업무의 내용과 성격, 상급자의 감독 정도, 근무시간 재량으로 가린다. 대법원 2019다223389가 파기환송한 이유가 이 개별 심리를 건너뛴 것이었다. 해당하지 않는데 수당을 끊고 있었다면 미지급분 처리를 노무 검토에 올린다.
- 3감소분을 기본급 인상 말고 다른 항목으로도 메울 수 있는지 본다직책수당·비과세 항목·복지까지 놓고 어느 조합이 같은 예산에서 세후 체감을 크게 만드는지 계산한다. 항목마다 과세 요건과 임금성 판단이 달라 세무·노무 확인이 선행이다.
- 4관리직을 유일한 상승 경로로 두지 않는다아데코 조사에서 관리직을 맡겠다는 조건 1·2위는 급여 인상(69.7%)과 근로시간 관리(42.1%)였다. 그 둘을 줄 수 없다면, 관리직을 거치지 않고도 올라가는 전문가 경로를 따로 연다.
관리직 기피를 세대 문제로 부르는 순간 해법은 교육과 설득으로 좁아집니다. 계산 문제로 부르면 해법은 설계로 넓어지는데요, 설계는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시작은 재는 일입니다. 우리 회사에서 팀원이 팀장이 될 때 실수령이 얼마나 움직이는지, 그 팀장이 법적으로 관리감독자가 맞는지 — 이 둘이 처방보다 먼저 확인할 자리입니다. Linkple은 직책자 보상 구조 진단과 총보상 설계, 임직원 복지까지 중소·중견의 인사 제도를 함께 짜는 HR 파트너입니다.
“책임이 무겁다는 말과 보상이 가볍다는 말은 같은 문장의 앞뒤입니다. 무게는 우리가 줄여 줄 수 없지만, 값은 우리가 매깁니다.
”